[머리말]

 

이 글은 개발자를 준비하면서 흘러 흘러 전산실에 취업하게 된 나의 이야기를 써 보려고 한다. 전산실 업무가 궁금한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고 미래에 내가 이 당시 어떠한 생각을 했었는지 기억할 수 있게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

 

[수료 이후 취업 준비]

 

2024년 1월 31일에 야놀자 백엔드 부트캠프를 수료했다. 수료하기 이전부터 수강생들은 다들 분주하게 취업 준비를 하였지만 나는 수료 이후부터 지원서를 돌리기 시작했다. 2월부터 사람인, 잡코리아 서울, 경기 소재로 등록되어 있는 개발자 모집 공고에만 200개 넘게 지원을 했던 것 같다.

 

2월부터 4월까지 총 10~15개 회사에 서류 합격이 진행되어 면접을 진행했다. 정말 가고 싶은 곳은 2차 면접, 과제 전형까지 준비했지만 최종에서 떨어지고, 그나마 붙은 곳들은 취업하고 당장 다음주에 중국으로 출장을 간다거나 .. 결국 4월을 마무리 하면서 입사 지원을 쉬어가기로 했다.

 

그래도 면접에서 얻은 것이 있다면 내 개발 실력이 부족한 것이지 인성 면접은 모두 합격을 했다는 점이다 ..ㅎㅎㅎ

 

[무료해지는 일상]

 

4월 마지막 면접을 끝내고 극도의 불안함과 스트레스가 몰려왔다. 물론 내가 열심히 준비 안한 결과가 이제 나타나는 것이다.

학원 초반에 강태공 좋아하시는 강사님께서 했던 열심히 안 하면 나중에 후회한다는 말이 정말 옳았다.

 

그건 이미 지나간 일이니깐.. 남들이 하지 말라고 해도 막상 자신이 진심으로 해야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면 변하기 어려운 것 같다 ㅎㅎ..

 

그렇게 자존감이 떨어짐과 동시에 통장 잔고도 떨어지고 있었다. 국가에서 지원금으로 주는 돈은 다 저금을 하고 있었으므로 돈벌이가 필요했다. 물론 당장 취업을 하면 되지만 잠시 쉬어가고자 전에 일했던 닭발집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했다.

 

[확실히 사람은 밖을 나가야 해]

 

집에서 있을 때와는 달리 아르바이트는 재밌고 신났다. 일은 쉽고 익숙하기에 여유 있게 즐길 수 있었고 사람들에게 웃으면서 인사하고, 생각할 시간 없이 바삐 움직이고, 시끌시끌 사람 사는 소리를 들으니 확실히 용돈도 벌고 복잡했던 마음이 편해졌다. 하지만 취업이라는 두려움은 아직 남아있었다.

 

[다시 취업 준비를 시작하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2달 동안 취업 준비를 하지 않았다. 내 포트폴리오가 하찮게 느껴지고 어디서부터 손을 봐야 할지 막막했기에 그냥 그대로 방치했었다. 유튜브에 개발자 신입 스펙을 보면 도커, 레디스, 메세지 버스, AWS, 쿠버네티스 등 내가 따라가기엔 버거운 스펙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6월까지 취업하겠다는 엄마와의 약속도 있었고 당장 공부를 해서 그 사람들을 이겨가면서 취업을 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에 취업의 방향을 다른 쪽으로 돌리기로 했다.

 

[개발자의 무덤이라 불리는 전산실]

 

전산실이라 하면 개발자의 무덤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던 것 같다. 개발자를 하다가 전산실로 전향은 가능하지만 그 역은 가능하지 않다. 그만큼 전산실 업무가 단순 반복적이며, 미래 지향적이지 않고 코딩을 하지 않으므로 다들 기피하는 직무인 것 같다.

 

하지만 취업은 해야겠고 개발자를 준비한 기간이 있긴 하지만 경쟁률도 200~300씩 몰리고, 내 개발 실력을 객관적으로 봤을 때 경쟁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학원에서 팀 프로젝트를 경험하면서 나는 당장 내 코드에만 신경이 쏠려있어서 전반적인 프로젝트의 구조, 인프라는 잘 이해하지 못했는데 전산 업무의 경우 네트워크와 같이 큰 숲을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흥미로웠다.

 

[지원부터 출근 까지 단 5일]

 

일단 희망사다리 조건을 채우고자 사람인에 중견기업, 매출액 5,000억 미만 기업을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집 가까운 곳 위주로 10군데 지원을 했으며 3군데 면접 제안이 왔다. 

 

사실 개발자를 준비하면서 많이 듣는 소리는 정보처리기사 같은 자격증은 있으면 좋지 없어도 상관없다라는 말이었다. 그래서 나는 자격증이 없다. 단지 지방대 4년제 졸업장만 가지고 지원서를 돌리고 있었다.

 

운이 좋게 어느 중견 제조업 전산실에 면접을 보러 갔다. 제조 회사라 그런지 화학 약품 냄새가 나를 반겼다. 

 

개발자 면접 질문은 어느정도 정해져 있어서 달달 외우고 갔는데 전산실 면접을 처음이라.. 일단 몸만 갔다.

 

면접 질문의 수준은 상당히 쉬웠다. 컴퓨터 조립은 해봤는지, 정보처리기사는 왜 없는지, 개발자와 전산실의 차이는 뭔지 알고 지원한 건지 물었고 잘 대답을 했던 것 같다. 면접을 몇 번 봤냐고 물으시길래 여러 번 봤다고 하니 확실히 잘한다고 칭찬을 해주셨다. 나는 말을 매우 더듬은 기억밖에 없는데 ㅎㅎㅎ.. 아마 분위기를 풀어주려고 한 것 같다.

 

그렇게 20분 만에 면접을 끝내고 바로 다음날 합격 통지를 받았다. 일은 배우면 그만이고 인성과 끈기를 좋게 봐서 합격한 것 같다. 이런 걸 보면 취업은 운이 맞는 것 같다. 간절하게 원하는 직장은 탈락하고, 하나도 기대를 안하는 직장은 합격하는 느낌이 있다.

 

[취업 확정]

 

개발 공부를 준비한 기간도 있고, 개발자의 자유로운 근무 환경을 꿈꿔왔던 것도 맞지만, 내 객관적인 개발 실력과 집에서 출퇴근 소요시간, 당장의 신입 개발자 초봉의 1.5배에 달하는 급여, 취업을 원하는 엄마의 심정도 걱정되었기에 취업을 확정 지었다.

 

[회사 분위기]

 

확실히 딱딱하다. 개발자는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역할이라면, 전산업무는 잘 만들어진 제품을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운영하는데 노력한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 부서는 말소리도 없고 선후임 관계도 조용한 것 같다. 이미 각오하고 들어왔으므로 문제 되지 않는다. 아직 신입사원이므로 간단한 업무부터 시작할 것 같다. 컴퓨터 수리, 금액 전표 관리, 네트워크 점검 등 확실히 쉽고 반복적인 일을 하는 것 같다. 직급이 있는 분들은 쿼리문도 날리고 서버도 설치하고 그러는 것 같기도 하네요

 

[앞으로의 계획]

 

나는 희망사다리 사업 수혜자이다. 4번 수혜 받았으므로 한 기업에서 1년 6개월 근무를 해야한다. 1년 6개월동안 자격증을 따야겠다.

정보처리기사 실기, 네트워크 관리사 2급, SQLD, CCNA, 리눅스 마스터 1급, MS Server 관련 자격증을 따는 것이 목표이다. 이정도면 어느정도 네트워크 지식에 대해 알 수 있을 것 같고 그 이후에는 클라우드 공부도 하면서 방향을 생각해보고 싶고 토익 공부도 하면서  회사 인테리어가 예쁜 곳을 다니면서 돈을 모아 미래를 도모하고 싶다.